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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노 베어스 억압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

by G-파도 2024. 2. 19.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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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베어스-자파르 파나히

     

     

    노 베어스 억압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

    2009년에 일어난 이란 민병대의 폭력 사건으로 인해 무고한 학생이 살해되었습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추도식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사건에 대한 전국적인 추도식에 참석한 만큼,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6년 징역형과 20년간의 영화 제작 금지, 인터뷰 금지 처분을 받게 됩니다. 이후 국제적인 탄원 요청과 더불어 국민의 저항으로 인해 비교적 빨리 풀려나게 된 자파르 파나히. 그 이후에도 정부의 감시 속에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었지만 자파르 파나히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갑니다. 정부의 감시가 얼마나 극렬했냐면, 그의 이전작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같은 경우에는 집안에 들어온 케이크 속에다 USB를 넣어 밀반출하여 칸 영화제에 출품하기도 했죠. 이런 식으로까지 이란의 억압적인 현실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훌륭한 감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노력을 바탕으로 그는 다양한 국제영화제의 수상이력을 가진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이 됩니다. 그러다가 2022년부터 현재까지 이란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히잡 시위에서 자파르 파나히는 동료감독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게 되죠. 이로 인해 이란 정부에서 그를 다시 감옥에 넣게 되지만, 그는 감옥 안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며 다시 풀려나게 됩니다. '노 베어스'는 그가 다시 투옥되기 전에 제작된 영화로, 이 영화에서는 파나히가 감독이자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자신의 상황을 직접 그립니다. 그의 정부에 굴복하지 않고 노력하는 용기 때문에 자파르 파나히의 영화를 정치적으로만 평가하며 추앙하는 경향이 존재하게 된 것 같습니다. 파나히의 영화는 정치적 측면에서 주목받지만, 그의 영화들이 미학적으로도 훌륭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영화 속의 영화촬영

    이 영화는 영화감독인 자기 자신 '자파르 파나히'가 주인공인 만큼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영화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총 4번의 촬영이 존재하고 그중 이 영화 자체를 의미하는 마지막 장면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자파르 파나히가 차를 몰고 참극의 현장을 벗어나는 장면) 극 중에서 주인공이 촬영하는 영화 4편은 실수와 잘못 때문에 모두 실패하게 됩니다. 이 영화 노 베어스는 그 영화 4편이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성찰과 성취를 보여주는 걸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만들어지는 첫 번째 영화에서는 자라라는 여성과 박티아르라는 남성이 나오게 되는데 그 둘은 커플입니다. 박티아르는 자신이 여기 남고 자라가 먼저 떠나게 되면 나중에 합류하겠다는 말을 하지만 자라는 이를 거부하게 되죠. 그 장면이 끝나면서 영화의 이 장면이 영화 속 촬영하는 장면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거기서 카메라가 점점 더 물러나게 되면서 우리는 이 장면이 튀르키예에서의 촬영장면이 아니라 이 촬영장면을 방 안에서 이란의 감독이 은거하면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이런 장면을 통해 감독은 영화와 현실 간의 관계를 드러내면서 두 번의 착각을 관객 스스로 깨닫게 하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 재밌는 점은 이 장면이 결국 NG 장면이었고, 다시 찍어야 하는 장면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상통화가 끊기면서  그 영화는 제대로 촬영되지 못하죠. 첫 번째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자라를 연기하는 배우가 실제로 죽게 되기 때문에 촬영을 포기하고 영화는 실패하게 됩니다. 극 중에서 촬영하는 영화의 가장 큰 실패 이유는 감독이 촬영 현장에 없어서 생긴 난항 때문이겠죠. 그러나 극 중의 영화감독도 실제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처럼 모습을 드러내면 체포당할 위기에 처해있죠. 그는 영화에서 계속 영화 현장에 가까이 다가가려 했지만 충분히 다가가진 못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하게 됩니다. 두 번째 영화는 자파르가 간바르에게 신랑신부의 발을 씻겨주는 예식장면을 촬영해 달라 부탁하며 시작되었지만 자파르의 실수로 간바르에 대한 험담이 들어가게 되죠. 세 번째 영화는 자파르가 맹세를 하는 장면입니다. 주민들과의 마찰로 인해 주민들 앞에서 자파르는 맹세를 하는 영상을 찍게 되죠. 그는 맹세 도중 본인의 생각을 대입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대해 제이콥은 분노을 표명하고 맹세를 망치게 되죠. 이 장면을 통해 앞에서도 계속 다루었던 자파르의 영화와 영화 밖의 상황들이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끝자락에서는 솔두즈의 시체가 발견되고 이것은 연인인 고잘과 함께 국경을 넘다가 총을 맞아 죽은 것이었죠. 자파르는 그 옆을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기만 하고 차를 세우지는 못합니다. 그는 행동하지 않았고 여전히 영화에는 반쪽짜리 진실만 담기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통한 성찰과 반성

    이 영화를 보다보면 이 영화가 철저한 자기고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완전한 진실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무언가 부족한 용기로 인해 진정한 진실을 맞닥뜨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기반성말이죠. 그렇지만 이러한 성찰을 절대 비판만 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풀어내는 이 이야기가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기까지 하죠. 영화 노 베어스는 극 중 영화 촬영에서의 계속되는 실패를 통해 본인의 실수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언제 찍어야 할지와 언제 카메라를 멈춰야 할지가 핵심입니다. 사람의 행동으로 풀어보자면 언제 가야 할지, 언제 가지 말아야 할지일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극 중에 등장하는 감독인 '자파르 파나히'의 영화 속 영화와 현실 모두에서의 처절한 실패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감독의 메시지를 절절히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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