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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흥행의 비결
최근에 개봉한 영화 '파묘' 그 반응이 정말 뜨겁습니다. 개봉 5일 만에 3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할 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과연 무엇이 관객들을 이끌었을까요?
●한국에서 흔하지 않은 완성도 있는 오컬트 장르: 저와 같은 오컬트 영화 팬이라면 아시겠지만 한국영화 중에 제대로 된 오컬트영화 찾기란 정말 하늘에서 별따기입니다. 과거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 이후로 이렇다 할 오컬트영화는 없었다고 해도 무방한데요. 2019년에 영화 '파묘'의 감독인 장재현 감독의 작품 '사바하'가 있었지만 무언가 아쉬움을 채워줄 만큼의 강렬함은 없는 영화였죠. 그런데 이번 '영화' 파묘는 이전작인 '사바하'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었습니다. 장재현 감독은 무서움과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점점 초조해지는 인물의 묘사를 아주 탁월하게 풀어내는 감독인데 이번 영화에서 장재현 감독의 최고점을 찍었다 생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있었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열연도 한몫했죠.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의 배우들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시너지가 정말 좋았고, 화림 역의 '김고은'은 원래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지만 이런 역할도 이렇게 잘 살릴 수 있구나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다만 장재현 감독 특유의 의문을 남기지 않는 끝맺음은 이 영화를 100% 오컬트 영화로 보기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관객들의 좋은 평가와 입소문: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몰입감을 높이는 스토리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실감 나게 살려주는 디테일한 미술적 표현으로 관객들 사이에서 호평이 이어지면서 입소문을 타게 된 것 같습니다.
● 해외에서도 이어진 뜨거운 반응:이미 국내 개봉 전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파묘'의 프리미어가 진행되었는데요, 해외 영화 관계자는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을 모두 포괄하는 대단한 영화"라 평하며 극찬을 했었고, 굉장히 신선한 주제의 오컬트 영화이니만큼 그 참신함을 좋게 평가했습니다.
영화 '파묘'는 공포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공포영화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공포감을 조성하는 존재를 관객들에게 드러내서 해소하는 공포, 마지막까지 공포감을 조성하지만 끝끝내 그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공포 이렇게 두 가지가 있겠죠. 공포의 존재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면 그것은 미지의 상태이기에 해결점을 찾을 수 없겠고, 공포의 존재를 알 수 있다면 무엇인가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 영화 '파묘'에서는 공포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과는 확실하게 다른 양상으로 영화가 진행되죠. '곡성'에서는 수많은 상징과 은유를 통해 절대적인 악의 정체를 관객들의 생각으로 스스로 해석하게 만들었죠. 악의 행위는 정해진 이유가 있지 않고 심지어 선과 악마저 모호한 상태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혼란하고 미스터리함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장재현 감독은 '파묘'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에 두려움을 갖는 것을 떠나 전작인 '사바하'에서처럼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공포를 마주하고 그것을 이겨내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파묘'에서 등장하는 일본
영화 '파묘'에서는 일본과 관련된 귀신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배경인 영화에서 일본 귀신이 나오는 것은 좀 뜬끔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귀신과 일본의 귀신의 차이점을 알아야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의 귀신들은 원통하게 억울한 일을 겪은 사람이 그 한을 가지고 귀신이 된다고 한다면 일본의 귀신들은 접근만 하면 별다른 이유 없이 사람을 헤치는 존재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귀신들은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귀신과는 다른 왜 생겼는지 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인 것이죠. 존재 자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퇴치할 방법도 딱히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존재인 귀신을 일본인들은 두려워하기에 그들이 봉인한 악신을 한반도로 옮겨서 쇠침을 박아 넣어놓았다는 설정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일본인들의 관점에서는 그 귀신을 퇴치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지만 한국에서는 공포심을 이해하고 공포를 해소하려 하는 것이 한국식 귀신라 할 수 있죠. 이것은 '파묘'에서 소재로 삼고 있는 '오행'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서로 상극에 위치한 것들이 부딪힐 때 나타날 수 있는 그런 반응을 영화에 담고자 했다는 것이죠. 이렇게 양국의 관점이 다른 것은 영화에 나오는 여우에서도 볼 수 있는데 한국의 여우는 불길한 존재이지만 일본에서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죠. 한일 양국의 무속신앙을 의도적으로 감독이 뒤섞으면서 영화에서 양극단으로 갈린 한일 양국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파묘'라는 행위
파묘라는 행위는 사자의 넋을 기리고 원래 가야 했던 올바른 곳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는 행위입니다.
감독은 이 영화 '파묘'를 통해 파묘라는 행위가 혼자가 아닌 다수가 해야 하는 행위인 만큼 과거 우리 땅에 뿌리내린 아픔을 모조리 뽑아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모아 그것을 마주하고 보듬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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